🔹🔸 Jung Sun Woo | I WAS BLUE, NOW I’M YELLOW

I WAS BLUE NOW I’M YELLOW

창작의 실재를 존재하게 하기 위한 매체의 특성을 오랫동안 찾아왔던 정선우 작가의 현재를 나타내는 전시 <I Was Blue, Now I’m Yellow>는 원하는 바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본 사람들을 위한 전시이다.

이번 전시에서 대표적으로 선보이는 50개의 고블렛 시리즈는 작가의 개인적인 연구 프로젝트인 형태와 색에 대한 변주를 해학적으로 표현한 입체적인 회화로 볼 수 있다. 작가가 암스테르담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 미니어처 의자 시리즈는 의자로 명명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최소화한 조건으로 이미지를 창작하고 이를 전달하는 과정까지 작가만의 유머러스한 해답으로 작업의 방향이 시작됐다. 마찬가지로 이번 고블렛 시리즈 또한 방법론적에서 유사한 프로세스를 거친다. 잔이라는 용도가 가진 조건들을 유지하되 그 경계를 넘나드는 조형을 찾는 문제를 걸고 작가가 이를 풀어나가는 놀이 방식을 50가지의 형태와 색으로 소개한다.

형태 ⏤ 축적된 매일의 대상들

드로잉은 작가에겐 존재의 이유이자 일상을 살아가기 위한 필요로부터 기인해왔다. 작가가 일기를 쓰듯 그려온 드로잉의 형태들은 주로 의자, 가구, 조명과 같은 일상 속 오브제들이다. 작가는 머릿속에 유영하는 다양한 형태들을 실재하도록 종이에 옮기는 과정과 이 형태들을 공간에 옮기는 과정, 즉 두 번의 과정을 재현한다. 다만 이성적이고 체계적인 메커니즘이 아닌 현재의 감정을 기록하는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행위로 바라볼 수 있다.

색 ⏤ 입체 캔버스에 칠하는 회화적 글레이즈

통제에서 벗어난 뜻밖의 우연성은 회화에서 느끼지 못한 작가가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다. 바로 물감을 섞듯이 확인이 안 되고 원하는 색감을 얻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 2018년부터 진행한 유약 연구 프로젝트는 네덜란드에서 광물 파우더를 매개로 화학 반응을 통해 얻어지는 색과 텍스처의 변화를 배운 후,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물감을 가지고 원하는 색감을 조색하며 만들 듯, 유약의 조합으로 만들고 싶은 색감과 텍스처를 연출할 수 있도록 연구의 결과물들은 작가가 섬유 패턴 조각에서 따온 ‘스와치’ 조각을 통해 나타난다. 타일처럼 작업실 한켠을 가득 채운 스와치 컬러 모자이크는 작가의 팔레트이자 연구 성과이기도 하다. 보통 초벌과 재벌로 끝나는 소성 과정이 일반적이라고 하면 정선우 작가는 재벌 과정만 최대 다섯 번까지 반복한다. 그림에 겹을 얹히듯 한 번 구워져 나온 것을 그 위에 또 유약을 얹혀서 보고 소성하고, 또 이러한 반복을 여러 번 거쳐서 나온 과정은 회화의 과정과 닮아 있다. 흙으로 만든 입체 캔버스에 글레이즈를 덧발라 색을 표현하는 회화와도 같다.

암스테르담 ⏤ 낙천적인 상상의 실현이 가능한 세계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일들에 싫증을 느끼고 회사를 퇴사한 작가는 어릴 적부터 관심 있었던 가구에 집중하기 위해 목공 기술을 접했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이 상상했던 이미지가 바로 적용되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즉흥성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우연히 도자라는 매체를 접하게 된다. 종이에 드로잉 하던 이미지를 그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작가에게 흙이라는 매체가 가장 적합한 도구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확신하게 됐다. 그녀가 국내에 정착하지 않고 암스테르담으로 간 이유는 더치 디자이너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한다. ‘베르얀 폿 Bertjan Pot' 디자이너를 선망하면서 네덜란드 디자인 교육과 디자인 스타일에 대한 호기심이 작가를 이끌었던 계기가 되었다. 도예과를 가게 됐지만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도자라는 매체를 현대적이고 유쾌한 디자인으로 공부하면서 전통적인 도자에서 벗어나 그 범주를 확장하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I WAS BLUE, NOW I’M YELLOW

Sunwoo Jung has explored the characteristics of mediums that bring the reality of creation to life. The exhibition <I Was Blue, Now I’m Yellow>, representing the artist’s current state, is designed for those who have embarked on a journey to seek their desires.

The series of 50 goblets showcased in this exhibition can be seen as three-dimensional paintings, humorously portraying variations of form and color that stem from her personal research. The miniature chair series, which gained recognition in Amsterdam, began with the challenge of creating images using only the fundamental requirements necessary to define a chair. Her humorous solutions were not only evident in the resulting images but also in the process and presentation. Similarly, the goblet series follows a comparable methodology. The artist discovers models that straddle the boundary between form and function, and then presents them in 50 different structures and colors, blurring the lines between the two like a playful game.

Form - Everyday objects accumulated

Drawing is the artist's reason for being and a way she responds to her need to live. The journal drawings mainly feature everyday objects such as chairs, furniture, and lamps. The artist undergoes two processes: transferring the forms that traverse her mind onto paper and then translating them into three-dimensional space in clay. Rather than a rational and systematic mechanism, this can be seen as an emotional and spontaneous act of capturing her current emotions.

Color - Applying picturesque glaze to a solid form

Unregulated serendipity serves as a significant driving force for the artist, a sensation she never experienced in painting. Unlike mixing paint, which offers immediate feedback on color, acquiring the desired color with glaze demands considerable time and effort. Her glaze research project, initiated in 2018 in the Netherlands, continues to this day. This endeavor involves understanding the changes in color and texture resulting from chemical reactions involving mineral powders. Just as mixing paint achieves desired hues, the artist experiments with combinations of glazes to achieve specific colors and textures. The outcomes are showcased through 'swatch' chips fashioned from fabric pattern scraps. The color swatches that adorn her atelier wall serve as both her palette and the product of her research. Typically, the firing process involves a single round of bisque firing and glaze firing. However, Sunwoo repeats glaze firing up to five times, akin to the layering process in paintings. Using glaze to express color on a solid clay canvas is analogous to painting.

Amsterdam - A realm where optimistic imagination thrives

After leaving a job where she was fatigued by endless computer work, Sunwoo stumbled upon carpentry. However, she soon realized that her envisioned creations couldn't be immediately realized in this medium. This realization led her to ceramics, where the process of translating her sketches into reality affirmed clay as her most suitable medium. Her journey from Korea to Amsterdam was prompted by her admiration for Dutch designer "Bertjan Pot" and her curiosity about Dutch education and design styles. Though her major was ceramics, she's not just focused on technical skills; she's striving to create modern and witty ceramic designs that expand the boundaries of traditional ceramics.

Sketch_Goblets

Q&A with Sun Woo Jung

Q: 현재 활동 중이신 암스테르담은 어떤 영감을 주는 곳인가요?

A: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네덜란드의 여러 도시에는 땅 크기와 인구에 비해 월등히 많은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이 살고 있습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이곳 창작자들의 태도는 잘 짜인 생각, 계획에 의한 ‘완벽한 성취’보다는 무수한 실행과 실패를 통한 ‘새로운 발견’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느낍니다. 관람자들 또한 자연스럽게 그 관점에 공감하고요. 저 또한 이곳에서 거주하고 활동해오면서 그러한 작업을 대하는 태도에 가장 많이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함을 최상의 가치로 보지 않는 시선, 실패에 대한 관대한 시선이 보편적인 덕분에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고 저만의 색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뿜어낼 수 있는 장소라고 느낍니다.

Q: 일상생활용품의 용도를 가지고 있는 작가님의 작품은 오브제로 두어야 할지 사용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이런 점에서 작품을 소장하시는 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실까요?

A: 사실 제 작품들은 표현주의적 회화에 가까운 과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기능적이고 편리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기능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고민하고 그 부분을 작업에서 빼놓지 못하는 이유는 기능적 사물이 우리의 일상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우리의 신체에 매일 닿고 감각되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일괄적으로 공장 생산된 기능적이고 훌륭한 사물에 차가움을 느끼고 시작부터 끝까지 손으로 만들어내 제각각인 저의 작품들은 기우뚱하고 삐뚤빼뚤 합니다. 정해진 용도도 명확하지 않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쓰이거나 놓일 수 있는 경계에 존재합니다. 저는 그들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소소하게 가진 나름의 기능과 더불어 마치 그들만의 정체성을 가진 생명체인 듯 우리의 일상 속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감각되면서 따뜻함을 더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향후 작가님의 작품을 관심 있게 보시는 분들에게 기대할 만한 소식이나 연구과제가 있을까요?

A: 아직은 네덜란드를 베이스로 활동 중이어서, 국내에서 작품을 보여드릴 기회가 많지는 않습니다. 내년 2월에 네덜란드의 소도시 델프트에 있는 prinsenhof 뮤지엄에서 70피스 정도 되는 제 미니어처 체어 컬렉션 전체를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보여줄 기회가 생겨서 준비 중입니다. 또, 저의 미니어처 체어를 확대한 실제 사이즈 체어 몇 점을 도자로 제작해 볼 계획입니다. 이 외에도, 시계 작업과 조명, 거울, 액자, 타일 등 인테리어 오브제의 범주에 있는 기능적 사물들에 대해 공장 대량 생산의 대안적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볼 계획입니다.

Q: 한국에서 첫 개인전입니다. 한국에서 전시하는 첫 소감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네요!

A: 이번 전시 준비에서는, 때때로 멋들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되고 하찮다고 여겨질 수 있는 ‘귀여움’에 대해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함께 전시를 기획하는 공간의 특성에 따라 제 작업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는데, 이번 포켓테일즈 전시는 1년 전 제가 처음 전시 공간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느낀 따뜻함과 환대 받는 느낌을 기억하고, 그 공간에 들어선 관객들이 작품을 마주하며 느낄 기분을 계속해서 상상하며 작업했습니다. 대단하지 않고 어쩌면 보잘것없다고 여겨지는 작고 귀여운 대상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포켓테일즈 공간을 닮은 작은 위로와 미소를 그려보았습니다.

Q: How does working in Amsterdam inspire you?

A:Many cities in the Netherlands, including Amsterdam, house a disproportionately high number of artists and designers relative to their land size and population. While it's not a universal rule, I've noticed that the creative community here often prioritizes 'new discoveries' achieved through numerous trials and errors, rather than aiming for 'perfect achievement' through meticulously planned endeavors. This perspective naturally resonates with viewers. Living and working in Amsterdam has greatly influenced my approach to my work. It feels like a place where I can be more liberated and express my true colors without fear of judgment, thanks to the prevailing perspective that doesn't place perfection as the ultimate goal and embraces a tolerant view of failure.

Q: I'm wondering about how to approach your work, which is intended for everyday use. Should it be treated as an ornamet or used practically? Do you have a message for those who own your work?

A: It's a bit challenging to categorize my creations as purely functional and convenient, as they stem from a process closer to expressionist painting. Nevertheless, I always consider the concept of functionality because functional objects are an integral part of our daily lives, engaging with our senses and bodies. I sense a certain coldness in mass-produced, perfectly functional items from factories, while my handmade, imperfect pieces exude a unique charm. They inhabit the realm between usability and display, defying easy classification. Despite their imperfections, I hope they can find a place in the most intimate corners of our daily lives, much like living beings with their distinct identities, imparting a touch of warmth alongside their modest functionality.

Q: Are there any upcoming news or research projects that people interested in your work can look forward to?

A: As I am currently based in the Netherlands, I don‘t have many opportunities to showcase my work in Korea. However, I’m excited to share that I‘m preparing to exhibit my entire collection of miniature chairs, totaling about 70 pieces, for the first time next February at the Prinsenhof Museum in Delft, a charming city in the Netherlands. Additionally, I have plans to create several life-sized chairs, which will be enlarged versions of my miniature chair designs, crafted from ceramics. Furthermore, our research efforts will persist in exploring alternative methods for mass-producing functional interior objects, including clockwork, lighting, mirrors, picture frames, and tiles.

Q: This is your first solo exhibition in Korea. What are your first impressions of exhibiting here?

A: In preparation for this exhibition, I took a proactive approach in championing the concept of 'cuteness,' which is sometimes overlooked and dismissed as insignificant due to its lack of trendiness. While the nature of my work may vary slightly depending on the specific characteristics of the exhibition space, the memories of warmth and hospitality I experienced when I first opened the door to Pokettales a year ago have remained vivid. As I worked on my pieces, I continuously envisioned how the audience would react when encountering my work. I aimed to convey the small comfort and joy that can be found in Pokettales' atmosphere, demonstrating that even small, cute objects, often perceived as unremarkable, can have a significant impact on our emotions.

◻︎ Artist: 정선우 Sunwoo Jung: @kind.kow
◻︎ Photography : 박성재 Sungjae Park
◻︎ Text: 김채송 Chaesong Kim_pokettales director / 정선우 Sunwoo Jung
◻︎ Q&A: 김채송 Chaesong Kim_pokettales director / 정선우 Sunwoo Jung

© 2023. JUNG SUN WO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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